1. 진구의 찌질함어제 보려구 맘먹은 '옥희의 영화'를 보러갔다.
내 계획은 8시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씻고 영화보는거였는데.
8시에 일어나긴 했으나 다시 자서 실패.
운동 이따 저녁에 가야지...

예상대로 영화관에 사람 얼마 없었음.
커플은 중년 부부뿐이었고,
대부분 나랑 비슷해보이는 20대 중후반쯤의 여자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피식피식 웃으면서 봤다. 찌질한 진구(이선균 캐릭터)땜에.
사실 난 쿨한것보다 질척거리고 찌질한게 좋다.
그게 더 솔직하고 매력있고 현실적인거 아닌가.
매력없는 사람이랑 재미없는 연애를 하다가도
막상 헤어지면 비워내기 어렵고 허전한게 사람이고,
버림받으면 매달려서라도 붙잡고 싶은게 사람이고,
내 애인의 과거가 궁금하면서 또 나보다 잘난 사람
만났거나/만나면 속상한게 사람이니까.
그래서 노희경 작가님의 '굿바이 솔로'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대사는 이거.
"진짜 쿨한건 뭐냐면,
진짜 쿨할 수 없다는 걸 아는게 진짜 쿨한거야.
좋아서 죽네 사네한 남자가 나 싫다고 하는데,
'오케이, 됐어.'한방에 그러는거, 쿨한거 아니다. 미친거지.
인간이라면 절대 쿨해질 수 없다는 걸 아는게 진짜 쿨한거야.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이라면
절대 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난."솔직하고 순수해서 찌질할 수 있다. 극 중 진구는
'니가 제일 이뻐, 너밖에 눈에 안띄어, 처음이야,
넌 내가 원하는걸 다 갖췄어 하나도 빼지 않고, 사랑해.'이런 말을 잘도 뱉어내고 또 언제 올 지 모르는
(사실 집에 있으면서 안나오는)여자 집 앞에서 소주 한 병 까면서
겨울 밤새 기다리는 무모함도 서슴치 않는다.
이런 찌질함은 예쁘다. 간절하기에,
또 그 간절함을 드러낼 수 있는 솔직함이 있기에 찌질할 수 있다.
우리가 이런걸 찌질하다고 하는 건 어쩌면
솔직하지 못한 자신이 이런 솔직함과 마주하는게 무서워서일지도.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자신을 향한 간절함을 바라면서도
막상 그 간절함과 조우하면 글쎄.라는 태도니까. 나도 그런 것 같고.
안그래도 복잡한 일 투성이인 인생에서
적어도 사랑할때만은,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고
솔직하고 쉽게 가면 좋을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은 듯.
옥희는 '같은 길을 다른 사람과 걷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 표현이 딱 맞다.
'가벼운 죄책감과 흥분. 그리고 잘 모르겠음.'뭐 서울이야 맨날 가는데 뻔하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누군가와만 갔던 특별한 장소에 다른 누군가와
다시 간다면 그 기분은 정말 딱 그거겠지.
옥희는 나이 든 유부남 교수와 사랑을 한다.
젊은 여자와 그 아빠뻘 되는 유부남의 사랑이야기.
가끔 주위에서도 들려오고 일본 연애 소설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소재이긴 한데, 이게 가능한건가 싶다.
이런 사랑은 엘렉트라/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게 아닐까?
아니면 비슷한 다른 트라우마라던가.
이도저도 아님 진짜 매력적인거지 그 상대가.
이건 잘 모르겠다 진짜. 보면서 감정이입이 잘 안됐음.
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영화과 학생, 영화과 교수여서 그런지
영화과 전공 수업때 보았던 영화과 학생들이 생각났다. 그들만의 분위기.
생각해보니 아무도 친해진 사람은 없구나..
아, 그리고 이거...좀 짧은 러닝타임이 좀 아쉽.
2. 끄적끄적@카페베네영화 보구나서 들어온 카페 베네.
이 동네에서 베네는 처음 와봤어.
별로 안좋아해서 잘 안오는데 오늘 그 시간에
문 연데가 여기밖에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

내가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거리.
한적하고 시원하고 조용.

까먹구 다이어리랑 펜을 안가져와서...;
편의점에서 편지지랑 펜을 샀다.
누가 보면 앉아서 편지 쓰는 줄 알았겠지만.
난 내 일기(?)를 쓰고 있었다구.

나는 녹차라떼.

잡지 몇 개 갖다놓구.
끄적끄적대기 시작.

끄적끄적대다 지루해져서 본 잡지.
처음 읽어본 F.OUND는 나에게
Walker Evans전시회와 Salem Al Fakir의 음악,
그리고 밀란쿤데라와 away we go를 추천해주었다.
밀란쿤데라 진짜 왜 생각만하고 맨날 못읽지.
연휴 끝나면 도서관 가서 빌려와야지.

어디서 많이 본 장소다- 했더니
졸업전시회 했던 Jazzymas.
여기 예쁘지.

앉은자리에서 그냥 찍어봤음.

녹차라떼랑 테이블이랑 바닥.

녹차라떼랑 핸드폰이랑 아이팟이랑 펜이랑 메모들.
끄적끄적끄적...
3. 회색하늘반팔이 살짝 한기까지 느껴지던 가을의 쌀쌀함.
오예. 드디어 추워지고 있어!
이번 여름, 징그러운 여름이었다 여러모로 정말.
난리도 그런 난리가. terrible+horrible!!!
내 가을이랑 겨울은 행복할거야 그치.
plz.오네가이.부탁해.我想...

좋쿠나 아주 우중충하고.

한참을 그렇게 카페에 앉아있다가.
타박타박 집에 가는 길.
정말 한적하다.하하.

버스 기다리며 올려다 본 하늘.
난 회색하늘이 정말 좋다. 금방 울 것 같은 그런 하늘이.
하루종일 아침인지 낮인지 저녁인지 구분 안가는 그런 하늘이.
집에 가는데는 5분걸리는 버스를 15분 기다렸다.
남은 오늘, 진짜 방청소도 하고 운동도 하고 할 일도 하면서
뿌듯하게 보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위기의 주부들을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