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5일 월요일

생각없이 써보는 일상의 단면들

나는 항상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그림을 그려본다.
그림을 그려보는건 좋은데,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게 그리려다보니
시작도 하기 전에 제 풀에 지쳐버릴 때가 많다.
고치고 싶은 것 중 하나. 무턱대고 질러보자 쫌.

그런 의미에서 오늘 포스팅은 지르는 포스팅.
맨날 머릿속에 이렇게이렇게 써야지- 하다가 못하고
지나가기를 벌써 며칠. 몇주일.
그냥 써야겠다 이제. 손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들처럼
이야기들이 사라져버리기전에.

그럼 오늘 이야기부터 써볼까.



2010년 10월 25일 월요일, 맑은 하늘+갑자기 추워짐.

왠지 모르게 피곤한 일요일을 보내고 맞은 월요일.
20분 정도 늦게 일어나서 늦게 준비하다보니 또 택시.
아...대한민국 택시산업 발전에 큰 기여 하고 계십니다 요즘.
택시타느라 몰랐는데, 교통카드를 안들고 나왔더라.
언제 알았느냐하면 이제껏 한번도 검사 안하다가 왠지 오늘
승차권 검사를 하시던 승무원 아저씨 덕에 알았다.
아 정말, 그 자리에서 다시 티켓팅한것까진 괜찮은데
내가 정기권이 있다고 했더니, 영수증에 내 주민등록번호랑
전화번호랑 이름을 쓰시더라. 이거 가져가서 정기권 보여주고 환불받으라고.
근데 도대체 나한테 줄 영수증이면서 그걸 굳이 쓰시는지.
한번에 알아듣지도 못하셔서 난 엄청 큰 소리로
그 사람 많은데서 내 신상을 읊어야했다. 아 진짜 싫었어.
영화나 드라마라면 엄청 훈남이 이거 듣고 컨택해오는
스토리를 그려보겠으나 현실은 스팸전화 증가. 개인정보유출.



날씨알리미

한달 전 술먹고 이상하게 길에서 얽힌
얼굴도 기억안나는 사람에게 줄기차게 연락이 온다.
미친놈이거나 내가 진짜 좋거나 둘 중하나.
근데 현실은 아무래도 전자쪽이겠지.
지난주에도 오는 문자를 계속 무시하다가
'아, 이래도 또 오면 전화해서 한번 보자고 해야겠다'했는데
진짜 또 왔다. 친척언니 왈, '차만 타지 말고 길에서만 한번 봐.'
진짜 그럴까. 호기심 돋네. 뭐하는 사람이야 진짜.
근데 무서워. 미친놈이면 어떻게 해.
세상엔 내 생각보다 미친놈이 훨씬 많으니까.
이 사람은 오늘도 대답없는 나에게 아침저녁으로
날씨얘기만 문자로 주구장창 해댔다.
기상청에서 일하는 사람인가 혹시.
솔직히 내가 요즘 누군가에게 이런 간절함을
바라긴 했으나 역시 이런건 달갑지 않다.



HELLO HALLOWEEN!

외박을 절대 금하시는 부모님께 반항하다 지쳐 세뇌당했는지
나도 언제부턴가 외박이 싫어졌다.
밤새 놀고 거울을 보면 쓰레기같은 얼굴과
그에 어울리는 뭔가 굉장히 더러운 기분.
이 두 조합이 정말 싫은데, 가끔 이 상태를 즐기고 싶을 때가 있다.
데낄라를 쭉쭉 마시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담배냄새에 쩔어서는 살짝 정신줄 놓고 노는.
이렇게 논지 진짜 오래됐다. 한 2년?
안그래보이지만 사실 세상에서 제일 건전한 20대를
보내고 있는 '우리들'은 이번주에 이렇게 놀아보기로 했다.
과연 계획대로 될 것인가!



캐스커-물고기

외로워 질때 누군가 생각이 날때
언제든 전화해줘요
이유도 없이 괜시리 눈물이 날때
언제든 날 불러줘요

내 마음은 내 눈은 늘 그댈 향해 열려 있어요
원하지 않아도 어쩔수 없네요
장난이라도 좋으니 내게 연락해줘요
이렇게 말한적이 없어요
이런마음 가진적이 없어요

자존심 상하는 일인건 알지만
난 그대가 필요해요
이렇게 까지 말하는 내가
이렇게 까지 필요 없나요
차갑게 식은 그대라는건 알지만
난 그대가 필요해요

깊게 숨겨둔 당신의 비밀얘기도
내게는 말해 주세요
얼마나 더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나요

조금씩 지쳐도 어쩔수 없네요
농담이라도 좋으니 내게 말걸어줘요
이렇게 말한적이 없어요
이런마음 가진적이 없어요

자존심 상하는 일인건 알지만
난 그대가 필요해요
이렇게 까지 말하는 내가
이렇게 까지 필요 없나요
차갑게 식은 그대라는건 알지만
난 그대가 필요해요

알아요 이런말 하는 내게
그대를 원할 자격은 없죠
그대 옆에서 웃고 있는 사람이
난 너무나 부럽네요

이렇게 까지 말하는 내가
이렇게 까지 필요 없나요
차갑게 식은 그대라는건 알지만
난 그대가 필요해요

캐스커 새 앨범 중 요즘 굉장히 꽂힌 노래.
멜로디랑 가사가 다 맘에 든다.
내 이야기 같기도, 그의 이야기 같기도...
상처는 주고 받는 것.
이 사실은 알고 있다해도 달라지는게 없다.
오히려 모르는게 덜 아플지도.



보통의 존재


작년에 '누군가' 나에게 이 책의 제목이
굉장히 맘에 들어 샀다고 말했었다.
그땐 그가 말해서 괜히 읽기 싫었는데,
지금은 별 거부감 없이 한줄한줄 읽어내리고 있다.
이유도 모른채 짊어지게 된 이 삶의 무게가 버거워
내려놓으려 했던 적이 있는 사람이 좋다.
그만큼의 고통을 느껴본 사람, 그걸 이겨낸 사람.
깨끗한 사람보다는 생채기가 보이는 사람에게 더 호감이 간다.
슬플 때 슬프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이런 내 생각과 굉장히 부합하는,
얼마전에 잡지에서 본 칼럼의 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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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어떤 일이 있어도 울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남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마음에 이는 다양한 감정의 결을 이해할 능력이 결여된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한다.
나는 드라마<연애시대>에서 손예진이 열리지 않는 피클병을 내던지며
"이런 거 하나 내맘대로 안돼. 나보고 어쩌라고. 만날 나만 이래."라고
소리칠 때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알지 못하는 사이 눈가가 젖어드는 남자가 좋다.
영화<토이스토리3>에서 용광로에 빠지기 직전 손을 꼭 잡는 장난감들의 모습을 보고
가슴 한쪽이 뭉클해지며 코끝이 찡해지는 남자가 좋다.
줌파 라히리의<그저 좋은 사람>에서 헤마가 죽은 코쉭을 떠올리며
"우리는 조심스러웠고, 너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갔어."라고 말할 때,
책을 읽어가는 동안 차곡차곡 쌓였던 울음을 터뜨리는 남자가 좋다.
그때의 눈물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흘리는 눈물이다.
자기가 언제 우는지, 어떤 상황에서 울 만큼 슬퍼지는지,
먹먹해지는지,
애틋해지는지, 무엇을 지키기 위해 눈물을 흘리는지
아는 사람이라야,
남들이 언제 우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사람이라야 어떤 상황이 누군가에는 울 만큼 슬픈 일이 되는지 알 수 있고
먹먹해진 가슴이 어떻게
눈물로 번져드는지 알 수 있으며
사람들은 때로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홀로
어두운 밤 울음을 터뜨리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사람답게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쿨하지 말아야하고
남자답지 말아야 한다. 울고 싶을 때는 참지 말고 울어야 한다.
쿨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울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남자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울지 않으려고 하는 남자는 단순히
울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줄 모르는 사람이기 쉽다.
자신을 억압하고 제어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도 억압하고 제어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도대체 인간은 이기적이고 또 이기적이어서 자기가 할 줄 알면,
자기가 참았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도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하고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버린다.
좀 더 인간다워지려면 자신의 실패를 목격하는 수밖에 없다.
자신이 실패하고 자신이 못하는 것을 많이 가져야
남들이 실패하고 남들이 자기만큼 못하는 걸 이해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우는 걸 보고
"나는 그럴 때 참고 안 우는데, 너는 왜 못 참고 울어?
나는 안 슬픈데, 너는 왜 슬퍼?"
라고 생각하는 남자야말로 찌질하다.
"네가 우니까 나도 울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고통과 아픔, 상처와 쓸쓸함,
고독에 공감할 줄 안다. 아직도 남자가 일생 동안 울어야 할 때가
세 번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니까 태어났을 때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만 울려고 작정한 사람이 있다면,
가슴으로 우는게 진심으로 우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에게는 쿨하지 못해 미안한 일이지만
제발 쿨하지 말고 남자답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가슴이 아니라 눈물로 울자, 울 수 있는 사람만이
우는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법이니까.
-편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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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번도 이런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혹시 언젠가 앞으로 연애가 아닌 사랑을 할 수 있다면,
그 상대는 분명 이런 사람일거야.

이야기가 좀 샜는데,
반 정도 읽은 '보통의 존재'에서
맘에 드는 글귀들을 담아두어야겠다.

스무 살이 넘어 처음 사랑에 빠지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모든 시공간이 정지한 채 오직 너와 나만이 존재하던 시간들.
그러나 더욱 잊을 수 없는 순간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내 마음이 멀어지는 걸 느끼던 순간이었다.
그때의 충격과 상실감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종말의 순간은 너무 빨리 찾아왔고 그 어떤 무엇으로도 돌이킬 수 없었다.
사랑이 뭘까. 마음은 왜 변할까.

연애란 이 사람한테 받은 걸 저 사람한테 주는
이어달리기와도 같은 것이어서 전에 사람한테 주지 못한 걸
이번 사람한테 주고 전에 사람한테 당한 걸
죄 없는 이번 사람한테 푸는 이상한 게임이다.
불공정하고 이치에 안 맞긴 하지만 이 특이한
이어달리기의 경향이 대체로 그렇다.

사람이 일평생 유년의 기억에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은 불행일까 행복일까.

서로에게 굳게 다짐하던 순간,
더없는 사랑을 느끼고, 마음이 아플 정도로 애틋함을 느끼던
이 모든 것들이 다 예전에 경험했던 일들이었어.
그리고 난 그것들의 결말도 알고 있지.
순간을 즐기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사랑한다.
우리는 반드시 헤어질 테지만 내 일생의 연인은 바로 네가 될거야.

역시 조언이란 남의 상황을 빌어
자신에게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더 이상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내가 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나를 옴쭉달싹 못하게 하는 상대가 나타난다.
이제 담배를 완전히 끊은 것 같다고 말하는 순간,
이제 나는 너에게서 완벽히 자유롭다고 말하는 순간, 깨닫는다.
결코 아직은 그럴 수 없음을.

선언의 허망함은 결심을 토하는 것에서만 비롯되지는 않는다.
감정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왜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면
그 순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허망함이 밀려오는 걸까.
왜 그것을 입에 담는 순간,
그토록 복잡한 생각이 들며 나의 말의 진위가
스스로도 의심스러워지는 걸까.



예쁜 커플들

오늘 좋아하는 언니들이랑 저녁을 먹었다.
언니들은 모두 커플. 예쁘게 사랑하는 이야기들에
조금 부러워졌다. 게다가 오늘 엄청 추웠다구!
으으으. 그래도 혼자 지낼 겨울이니 익숙해져야지 힝.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래서 예쁘게 예쁘게 만나다가 결혼하고 싶어.
사실 항상 말은 세상에서 제일 시크한척 하면서도
항상 내가 바라는건 이런 해피엔딩인데.
쉽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안될까봐 무서워서
애시당초 필요없다고 부정해버리나봐.



혼자놀기, 걷기

마음이 지친 내가 요즘 잘하는 건 혼자놀기와 걷기.
즐거워하는건 일은 회사에 있는 시간이 즐겁다.
아무 생각없이 무언가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회사에서 광화문과 시청을 지나,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길은 참 좋다.
혼자 많은 것들을 곱씹으며 걷는 이 길은 아끼고 아껴두었다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손잡고 같이 걸어봐야지.
이번 주말엔 '레터스투줄리엣'을 봐야겠다.
재밌다던데.



시간

얼마 전 아이팟 시계가 고장났었다.
고장나면 안되는게 고장나버리고 정작 고장나길 바라는 어떤 시계는
몇 년이 지나고 심지어 물에 빠뜨렸었음에도 멀쩡히 가고 있다.
수명이 이렇게 길다니. 사실 난 그 시간이 멈추길 기다리고 있다.
왠지 그 시간이 멈추면 정말 비워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쓰다보니 벌써 한시가 넘었네.
자야겠다. 잠은 언제쯤 일찍자려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오늘 회사에서 맞은편에 앉아계신 분들의
'여섯시부터 한파 온대. 5분남았네.'란 대화에 빵터져서 혼자 막 웃었더랬다.
내일은 목돌리우스-를 칭칭감고 코트를 입어야겠다.
아, 며칠전에 입어본 A.P.C 코트 사고싶다.
A.P.C 진짜 예쁜데 너무너무 비싸다. 엉엉.
누가 사주면 시집이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네.



anyway-
뭔가 엄청 썼더니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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